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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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관리자 19-12-31 16:19 조회 7,686회 댓글 0건본문
"전 당신을 전적으로 용서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말을 자주 쓰기도 하며, 남들에게서 듣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로 '용서'의 참된 의미를 알고 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10년도 더 된 영화, 전도연이 주연이었던 '밀양'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연기나 작품성을 떠나서 그럴만하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던 착각과 개념에 대해 내면으로 후비고 파 들어왔으니 말이다.
극중 주인공 이신애(전도연)의 아들 준(선정엽)이 다니던 학원의 원장에게 납치를 당하고 살해를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이신애는 비극으로 치닫게 되며 삶의 나락 가운데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때 종교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고 차후에 교도소를 찾아가 살인범을 마주하기 위해 면회를 한다. 이신애는 살인범을 종교의 힘으로 '용서'했다고 생각하였다. 살인범과 마주한 이신애, 살인범은 회개하며 자기는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를 받았다면서 고백하게 된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요?"
- 영화 '밀양' 中 이신애의 말 -
막상 살인범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니 전도연은 내면의 모든것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이신애와 살인범 사이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살인범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화의 내용으로만 보았을 때 자신의 잘못을 뇌우치는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든 것을 용서했다고 생각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살인범을 맞이하려는 이신애는 그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게 된다.
우리는 용서를 한다고 하면 일어났던 모든 상황들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크게 일어났던 사건, 자신에게 크나큰 고통과 충격을 주었던 사람에 대해 우리는 과연 잊을 수 있을까? 절대 못 잊는다. 잊었다고 말하는 것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자신에게 충격을 주었던 사건들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진정 용서는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고 모든 상황을 이해하며 받아들였을 때 가능해진다.
"내가 널 용서해줬는데도 날 이해 못해주고 이렇게 나오냐?"
설령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상대방이 여전히 삐뚤어지게 나오더라도 그것까지 다 표용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용서해줬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포용이 가능해지고 내면적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때 우리는 '용서했다'라고 진정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삐뚤어지게 나오는 상대방을 보며 불쌍히 여기며 가엽게 여겨야 한다. 물론 어떤 상황에 대해서 필자도 글로는 적지만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다. 단, 예외가 있다면 상대방이 여전히 불온한 생각과 의도로 당신의 정신과 신체를 해하려 한다면 막아야 하며 그 상황을 피하거나 대응하며 맞서야 한다.
이미 종교적 얘기가 이 영화에서 나왔기 때문에 한 가지 더 덧붙이면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악한자에 대한 무기력한 순응을 하라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 이것은 예수당시 하찮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줄 때 사용하던 폭력이었다. 더 깊은 뜻을 보면 '자,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때려보라. 나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불온하고 불의한 것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저항하라는 것이다.
결론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간추리면 이렇다. '이미 일어난 일은 용서해 주되 나쁜 의도로 또 한 번 상대방이 나온다면 대응하라.'